SAV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우리 남편이 가끔 부르는 노래가사를 듣다보면
포복절도하게 되는 때가 있다.
남편은 제대로 부른다고 부르는데
그게 글쎄, 알고보면 '제멋대로 개사'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원더걸스의 nobody를 흥얼거리고 있길래
'우리 남편도 nobody의 거미줄에 걸린거야?'하고 생각했는데
우하하-
" I want nobody nobody wants you!" (난 아무도 널 안 좋아하길 바래)하는 게 아닌가.
(원래 가사는 "I want nobody nobody but you" (너 아닌 다른 사람은 원하지 않아))

"난 너만 좋아, 너만 사랑해" 이런 내용을 "너가 왕따되길 바래"로
180도 바꿔서 부르는 남편..ㅋㅋ

하나 더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의 한 부분
"나는~ 상처입은 애벌래"
우리 남편 버전: "나는~ 상처받은 골뱅이" ㅋㅋㅋ

우리 남편 넘 귀여워~



3
월이 지나면 유류할증료가 붙는다고 해서 3월말까지 남편은 정신없이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수 많은 여행사와 항공사가 제공하는 노선에서 스웨덴과 러시아를 함께 갈 수 있는 비행노선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
쉽게 포기하지 않는 우리 남편은 놀라운 검색실력을 발휘하여 (훗날, 이 놀라운 검색실력은 스웨덴에서도 빛을 발하여 스웨덴 기차역 직원도 못 찾아낸 기차 시간을 찾아냈다.) 여행사 직원도 찾지 못한 저렴한 노선을 찾아냈으니, 바로 러시아 항공의 모스크바 경유 파리행 노선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t.Petersburg, Russia] Lomo, Reala


러시아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저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러시아를 경유해서 파리를 갈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만약, 이스탄불과 파리에 가고 싶다면 터키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국유기는 그 나라를 지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똑똑한 우리 남편님!! (다들 아는 사실인가? ㅡ.ㅡ)


어떤 이들은 러시아 항공의 비행기가 너무 노후되어 불안하다고 하는데, 타본 결과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다만, 좌석마다 스크린 있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화장실이 약간 후질근해 보인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듯.

 

러시아 항공의 기내식은 특이했다. 수차례 기내식을 먹어보았지만 기내식에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첫 기내식에 해산물 요리가 나왔다. - 보통은 닭이나 쇠고기 중에 골라라, 또는 쇠고기와 생선 중에 뭐 먹을래 이런 식인데 해산물이라니! 고기 안 먹는 나로선 반가울 수 밖에. 맛도 느끼하지 않고 괜찮았다. - 예상보다 좋은데~

 

비행기 멀미를 심하게 하는 남편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내내 잠만 잤다. 남편님 말로는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기내식 먹을 수 있었던 거라고 했다. 그 동안 비행기 탈 때마다 심하게 구토하고 힘들어서 기내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여행에서 돌아온 후 들었을 때, 난 남편이 나를 위해 정말 큰 결정을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 "아이를 낳으면 여행 다니기 힘들겠죠?"
남편: "아무래도.."
나: "그 전에 당신이랑 여행 가면 좋겠다-"
남편: "어디로 가고 싶은데요?"
나: "음..."
남편: "난 인도도 좋았는데"
나: "나두나두- 난 다질링(Darjeeling)이 좋았어요. 네팔과 가까운 곳이라 네팔리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좋았지.. 네팔 가면 좋겠다.."
남편: "그럼 네팔 갈까요?"
나: "티벳도 가고 싶은데.. 티벳에서 네팔을 거쳐 인도나 베트남 쪽으로 내려오는 것도 좋겠는데요"
남편: "캄보디아, 베트남 쪽으로 오는 것도 괜찮을 듯.."
나: "그럼 우리 전세금 대출 되면 그렇게 가는거당- 으하하"


얼마 뒤..

나: "네팔은 6월부터 우기 시작이라는데요..ㅠ.ㅠ"
남편: "흠..그럼 어딜가지.. 난 러시아에 또 가고 싶은데. 상뜨 페쩨르부르크(St. Petersburg)
         정말 예뻐요."
나: "난 스웨덴 베이스(YWAM Restenas base) 가고 싶은데.
      그럼 스웨덴 갔다가 러시아 가면 되겠네~"
남편: "파리가 정말 좋다는데.."
나: "난 독일도 가보고 싶은데.. 그럼 파리-독일-스웨덴-러시아 가면 되겠다~"

한 달 뒤

남편: "전세금 대출 됐대요"
나: "앗싸~ 그럼 비행기표 사요 ㅎㅎ"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여행지 선정과 관련해선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나 대충 적어봄.



메신저로 남편을 불러놓곤 뜬금없이
비정규직 직원들 고통 분담을 위해 (나도 중규직 신세이긴 하나--;)
넉넉하지 않은 월급 일부를 내 놓아야겠다고 살짝 망설이며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단번에 오케이를 하고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액수를 내놓자고 한다.

역시 멋진 우리 남편.
남편 덕분에 힘이난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일획을 긋는
도박(賭博)이자 도반(道伴)이었을 것이다 

---
가지가 담을 넘는 일은 가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가지 만의 일도 아니다.  
뿌리와 꽃, 잎이 믿어주지 않고 밀어주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뿌리나 꽃, 잎과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시점, 나의 생각에 동의해주고
조금은 머뭇거리며 마음 졸이기도 하는 나를
격려해주고 밀어주는 남편에게 감사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남편 뿐만 아니라 나에게 도박과 도반을 생각하게 해준 그 '경계'에게도 감사해야겠지?


북한선교 포털사이트 Love4N 바로가기

일방적인 복음제시와 개종이라는 의미의 선교는 반대하지만,
북한에 있는 교회와 신도들을 섬긴다는 의미의 선교에는 동의한다.
(그건 선교가 아닌가? -.-)

남편이 일하는 연구소에서 얼마 전 북한 관련 사이트를 만들었다.
예상외로 나의블로그에 방문자가 많아진 것에 놀라워하자 남편이 부러운 듯이 말했다.
"당신 블로그는 (메타블로그나) 다른 블로그와 연동이 되어서 방문자들이 많은가봐.
  우리 사이트는 연동이 안되니까 찾아오기 불편해서 그런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긴 하겠지만 방문자가 아직 별로 안되네요"

내 블로그 방문자 중엔 교회나 선교와는 거리를 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배경은 개신교인지라, 지인들도 개신교인들이 많고 그 중엔 북한이나 선교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있을테니..블로그의 힘을 믿어보려고 한다. ㅋㅋ 방문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



인문학 수업, 달동네 공부방, 평화교육, 책읽기 모임, 클레멘트코스, 대안학교 선생님 .. 
 
내가 하고 싶은 일, 관심 있는 일의 공통점은 모두 '교육'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람들의 삶을 전인격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이 교육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이 때문일 터.

끊임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나 자신이 교육받고 생각을 다듬으며 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고 발전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자면, 내가 교육을 받는 것 만큼, 다른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 또한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교육이 내가 잘 담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의 삶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큰 보람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지향하는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교육이 아닌,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교육이다.
물론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기술만 배우는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삶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려는 동기가 생기고,
그 동기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게 할 것이며
나아가 먹고 사는 것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위를 봐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일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지치고 힘들 때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고
지금 하는 일이 좋은 이유 역시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계속 고민했다.
고민하는 몇 주간, 하고 싶은 일이 없다거나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생각보다 치명적인 위험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남편이 서울시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역시 대단한 우리 남편!)
남편님 말씀, "당신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게 되어서 좋아요." ㅎㅎ
그 말의 의미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요."라는 것과 같다.
아침에 문득,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건 아마도 남편님의 장학금 소식 덕분일 수도 있겠다. 하하하.
(송구영신 예배때 뽑은 말씀-그 은혜대로 풍성히 채우시리라-이 떠오르는 건.. ;;;) 


한겨레 21 <벌금 폭탄 안고 새해맞은 활동가들> 기사 읽기

가끔씩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명예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한겨레 21 기사처럼, 벌금 폭탄을 받거나 경찰서나 법정에 가는 일도 많은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활동하게 할까?
단지 신념하나로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가치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꿋꿋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모든 활동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게도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며 뛰어들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어쩌면 이미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용기가 없는 것일수도.
그렇다면, 용기를 주시기를,
결단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기를 기도해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를 고민하며
위의 기사 이야기와 함께 결단하지 못하는 내 마음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 했다.
남편은 늘 이야기하듯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다.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돈이나 내 걱정은 말고."

결혼하기 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한결같이 말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여느 때처럼 남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남편은 단품요리를 좋아해서(쉽게 말해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기 보다는 한 번에 끝내는 메뉴를 자주 준비한다) 카레, 짬뽕, 오삼불고기..등을 자주 한다. 그 날도 오삼불고기 비슷한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는 것이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곱창이라고 했다. 전 날 점심 땐가 동료직원들이랑 식사를 하다가 곱창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먹어본 적 없다고 했었는데, 마침 남편이 곱창볶음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당면과 여러 야채가 빨간 양념과 함께 볶아져 있는 것이 맛있게 보였는데, 문제는 냄새였다. 원래 나란 인간이 냄새에 약한데, 고기를 안 먹기 시작하면서 고기 냄새에도 좀 민감해서 잘 참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곱창 냄새는 좀 더 나에게 수준 높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기대하며 열심히 준비한 곱창볶음이었지만, 나는 거의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표정에서도 드러났는지, 남편은 억지로 먹지 말라고 했다. 미안한 마음에 이 사태를 급수습 하려고 했지만 이미 남편은 기운 빠진 얼굴로 혼자 곱창볶음을 먹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인상쓰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래도 먹어보려고 했는데 못 먹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한 마디 했다. “괜찮아요. 내가 가지 못 먹는거랑 똑같이 뭐.” (우리 남편은 가지를 못 먹는다. 난 가지를 좋아하는데 결혼하고 나서 가지를 사 본적이 없다. 남편이 안 좋아하니까 손이 선뜻 가지 않는다.)

남편의 그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나와 다르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이해와 공존의 기반이 된다. 그러한 생각이 사람과의 관계를 사랑과 섬김이 있는 관계로 이끌어주는 마술의 시작이라는 어떤 이의 글을 다음 날 아침 우연히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와 다른 사람, 생각의 OS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머리로 이해는 가능하겠지만, 가슴까지 그 이해가 도달하는 것은 너무나 먼 일처럼 느껴진다. 타자화. 그래서 사람으로 온 하나님이 하나님은 아닐런지. 이 부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손발이 찬 편이다. 겨울은 물론이거니와, 한 여름에도 종종 차갑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내 손발이 차가워지면 냉혈인간이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남편은 나와 반대다.
손이 어찌나 따뜻한지, 남편만 있으면 한 겨울에도 손난로가 따로 필요없다.

호주에 있을 때, 룸메이트였던 Myra도 나처럼 손발이 차가웠는데,
그 친구에게 나는 손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그럴 거라고, 너도 그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 말처럼 나는 손이 따뜻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저께 밤인가,
쉬는 날인데 너무 피곤해서 오후 내내 잠을 잤다.
그러고 났더니 밤이 늦도록 잠이 안오는거다.
종종 늦은 새벽까지 잠이 안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책을 읽는다거나 부엌 정리, 또는 인터넷 서핑을 한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것저것 하며 밤을 보냈는데
서너 시간을 반팔 잠옷원피스만 입고 있었더니 손발이 차가워졌다.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이 깨지 않도록 몰래 이불 속으로 들어가
차가운 발을 좀 따뜻하게 할 요량으로
잠자고 있는 남편 다리 밑으로 차가운 내 발을 살짝 밀어넣었다.

남편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한다고 했는데
차가운 내 발이 닿자 남편은 몸을 뒤척이며 반사적으로 자신의 손을 내 발로 갖다 대었다.
" ...으음..왜 이렇게 발이 차.." 라며 차가워진 내 손과 발에 손을 가져다 놓더니
1분도 채 안되어 쿨쿨 잠이 든 남편.
 
순간, 나는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에서도 내 손과 발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며 걱정하는 남편을 보곤
그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나보다 더 많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잠자는 중에도 나를 걱정하고 마음 써주는 걸 보면서 더 감동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ㅠ.ㅠ
남편에게 잘 해야지.
 


 


추석 연휴 때 기억나는 일 또는 가장 재밌던 일을 꼽는다면
단연 남편이랑 밤10시에 영화관 가서 심야영화를 본 일이라고 할 것이다.
추석전날부터 추석 담날까지 남편과 나는 심한 두통으로 고생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아픈 곳까지 똑같이 닮더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원랜 추석 당일에 서천 할머니댁에 내려가려고 기차표까지 다 사두었는데
두통이 너무 심한 나머지 내려가는 걸 포기하고 기차표 환불한다고 난리를 친 다음,
우리 둘은 미친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서너시간을 내리 잔 후, 큰댁에서 싸주신 추석 음식을 재활용(!)하여 저녁을 만들어 먹고
그래도 무엇인가 허전한듯 해서 팥빙수나 먹으러 나갈까 하다가
내친김에 영화나 보면서 두통으로 시달린 하루를 좀 날려버리자고 하곤 영화를 골랐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를 재밌게 본 터라 후속작인 '즐거운인생'을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즐거운 인생'을 보러가자고 졸라대서 영화관에 갔다.

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였다.
나름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해피엔딩인 영화.
혹자는 너무 진부한 결말이 아니냐고 했지만
영화의 결론이 꼭 현실과 같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좀 진부하면 어떠나. 그게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할텐데.

영화가 딱 내스타일이어서 그랬나,
이틀 뒤에 엄마와 동생에게 강추하고나서 같이 또 보러 갔는데 그때도 역시 좋았다.
하하- 스토리 전개와 대사까지 다 알면서도
처음보다 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어찌나 좋았나,
두번째 본 날 밤 꿈에 주인공들도 나오고 노래도 나오고.
하루종일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부른 '터질거야'와 '즐거운인생'이 입에 맴돌았다.  
난 이 영화 강추.

ps. 정진영 아저씨는 어쩜 그리 능청스럽고도 귀엽게 연길 잘 할까.
     원래 장근석 같은 애 안 좋아하는데 이번엔 좋더라.
     아마도, 나의 로망 밴드보컬하는 녀석으로 나와서 더 그랬나..ㅎㅎ
ps2. '너도 하고 싶은 거 해'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    
ps3. 영화에 밀려 팥빙수 이야기가 짤렸는데,
아트레온 건물에 있는 티** 라는 커피숍의 요거트빙수는 가격대비 만족이었다. 뜨- 또먹고싶네ㅡ.ㅜ

Brown eyes의 노래는 아니고,
오늘이 결혼한 지 일년되는 날이다.
'와..벌써 일년이야?'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시간은 빨리도 지나간다.

지난 일년을 돌아보면
난 참 부족한 게 많은 아내이자 며느리, 동서, 제수씨, 작은엄마였던 것 같다.
(기존의 관계에서 생기는 나의 위치는 무시. 별다를 게 없었다고 생각. 이건 순전히 결혼 때문에 생긴 위치들만을 놓고 생각한 것이다.)

정말 사랑스럽고 현명한 아내, 딸같은 며느리가 되고 싶었는데,
싹싹한 동서, 제수, 작은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동안 난 고집불통 삐짐쟁이 아내, 무심한 며느리 및 그외..였다.

에휴.
올 해는 좀 더 잘 해야지..싶지만 그럴 수 있을지.

사랑하는 남편님이 좀 전에 문자를 날렸다.
'...우리 더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해요'

나만 더 사랑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우리 남편의 사랑은 늘 차고 넘치는 걸. ㅠ.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