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BLOG ARTICLE | 5 ARTICLE FOUND

  1. 2008.04.16 가지가 담을 넘을 때
  2. 2008.02.20 [시]내 마음의 숭례문
  3. 2008.02.19 [[시] 겨울 아침
  4. 2008.02.04 [시] 사람이 사람에게
  5. 2007.06.12 1등주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일획을 긋는
도박(賭博)이자 도반(道伴)이었을 것이다 

---
가지가 담을 넘는 일은 가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가지 만의 일도 아니다.  
뿌리와 꽃, 잎이 믿어주지 않고 밀어주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뿌리나 꽃, 잎과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시점, 나의 생각에 동의해주고
조금은 머뭇거리며 마음 졸이기도 하는 나를
격려해주고 밀어주는 남편에게 감사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남편 뿐만 아니라 나에게 도박과 도반을 생각하게 해준 그 '경계'에게도 감사해야겠지?


내 마음의 숭례문

설날 새 마음으로 고향을 다녀온 날
남대문이 불탔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요구도 없이
때론 위엄있게 때론 쓸쓸하게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충분하던 내 마음의 숭례문

그가 분신하듯 타오르고 있었다
600년 지켜온 이 땅의 자존심이
우리들 인간에 대한 예의의 약속이
시커멓게 무너지며 절규하고 있었다

아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설날 아침 나는 무슨 말들을 피워냈던가

주식과 펀드와 뉴타운과 경제성장의 단어들이
인간에 대한 예의가 밥 먹여주느냐고 소리칠 때
그래도 건강하고 정직하고 우애있고 자기답게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진정 소중한 것은 지켜가야 하지 않겠냐고
진정 소중한 것은 지켜가야 하지 않겠냐고
두 눈 맑게 뜨고 말없이 바라보던 숭례문

저 텅 빈 슬픔의 자리에서
태워야 할 것들을 스스로 불태우며
불의 침묵으로 다시 일어서는 내 마음의 숭례문

(www.nan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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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지난 주에 교회에서 지 교수님은
숭례문 화재를 주제로 설교하시면서 '우리가 진정 예를 숭배했나'는 질문을 던지셨다.
예禮를 숭배한다는 것은,
천도天道를 따르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결국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이 설교하실 때,
그건 너무 오버 아니냐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숭례문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결론은 결국 이웃을 하느님 사랑하듯 사랑하라는 것이 아닐런지.
우리가 경제, 돈, 명예를 이야기 할 때
사람을 빼 놓고, 하늘의 도를 빼 놓고
그 숭배의 자리에 물질과 명예를 두었을 때
숭례문은 자신을 불태우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으킨 것이 아니겠냐고
시인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겨울 아침

이른 아침
찬서리 하얗게 내려 앉은
들녘을 바라본다

한해의 고단한 농사도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할 일을 다했다는 허전함이
흰 빛으로 반짝인다

오싹이는 한기가 파고들 때
햇살에 날리는 하얀 입김
깊은 숨을 들이 쉬며
다시 겨울속으로 길을 떠난다

겨울은 나직히 걸어오는 그 누구라도
봄날의 푸른 씨알로 말없이 품어주기에

---
겨울 그 자체로는 어쩌면 그다지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이는 이면에 숨어있는 봄날의 푸른 씨알- 숨결, 꿈, 성품을 볼 수 있다면 달라지겠지.
사람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나이길.


사람이 사람에게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
안도현의 '겨울 강가에서'와 비슷한 느낌의 이 시.
다른 이에게 위안이 되는 나였으면 좋겠다.  


1등주의

삶에도 1등주의가 있다
정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
누구나 자기 삶의 1등이 될 수 있다
남을 눌러 앞서가는 삶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것

삶은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저마다 피어나는 꽃이기에


from. 나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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